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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연재

대구 두류공원인물동산에서 소설가 현진건 서거 80주년 추념식.우중 속에 거행!!

경상도뉴스 기자 입력 2023.04.27 00:44 수정 2023.04.27 02:16

사단법인 현진건기념사업회 사무국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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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경상도뉴스=곽선정 기자]

마지막 봄비가 종일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소설가 현진건 서거 80주년 추념식을 대구 두류공원 인물동산에서 대구문인 30여명이 모여 우산을 쓴 채 추념식을 거행했다.

이근자소설가(2022년 현진건문학상 본상 수상자)의 현진건선생님 약력소개로 부터, 이도원소설가(2020년 현진건문학상 본상 수상자)의 현진건선생님 작품 낭독, 오철환소설가(사단법인 현진건기념사업회 이사장), 송일호소설가(사단법인 현진건기념사업회 이사)의 추모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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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오철환 이사장의 추모사 전문은 아래와 같다.

"빙허 현진건 선생님을 추모합니다
격변하는 시대에 대구에서 태어나 나라도 없는 엄혹한 시절을 살다가 광복의 기쁨도 느껴보지 못한 채 눈을 감으신지 어연 80년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이 비치는 그날을 위하여 민족의 정기를 잃지 않으시고 올곧은 삶을 꿋꿋하게 지켜내신 선생님의 결연한 모습이 완연히 떠오릅니다. 그 혼란한 세상, 암담한 상황 가운데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사회부조리를 질타하는 작품을 쏟아내셨다니 선생님의 굳센 의지와 민족과 문학에 대한 애정이 어떠하였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선생님의 작품은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감동을 줍니다. 고난과 시련을 극복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지혜가 그 작품 속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향’을 읽으면서 느꼈던 대구의 거친 체취와 선생님의 따스한 숨결을 다시 되살려 보고자 합니다.

자리에 몸져누운 아내에게 주려고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들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운수좋은 날’ 김 첨지의 뒷모습과 전통적 유교관에 젖어 아녀자를 멀찍이 뒤로 두고 앞장서서 휘적휘적 걸어가는 ‘빈처’ 속 나의 하릴없는 뒷모습이 눈앞에서 오버랩됩니다. ‘술 권하는 사회’는 또 어떻고요.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 서로에게 술을 권할 수밖에 없는, 희망을 잃은 식민지 지식인의 독한 슬픔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예감한 예지적 통찰력에 눈을 크게 뜨고 맙니다. 그런 연유인지 ‘술 권하는 사회’는 부조리한 사회를 비아냥거리는 상징어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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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담한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일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도구가 단편소설이었다면 역사 속 인물을 통해 민족혼과 독립정신을 일깨운 무기는 역사소설이었던 듯합니다. ‘무영탑’에서 민족혼을 뽑아내려고 안간힘을 쓰신 몸부림의 자취를 발견하곤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습니다. 또 ‘흑치상지’에서 백제부흥운동을 본받아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읽고 그 꺾이지 않는 결기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일제의 감시와 검열을 피하고자 애쓴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띄는 지라 당시의 무거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빼어난 작품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고난과 시련이 인간을 단련시키고 지혜롭게 한다고 믿습니다. 선생님은 고난과 시련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부딪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자 하는 것들. 해야 하는 것들,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까닭에 후손들에게 마음의 스승이 되시고 문인의 사표가 되신 것이겠지요. 이에 부족한 후배들이 ‘사단법인 현진건기념사업회’를 꾸려 선생님의 삶을 기리고 그 업적을 고창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비록 미약하더라도 앞으로 조금씩 더 채워가고자 합니다. 하늘에서 지켜보시고 저희가 하는 일이 창대해지도록 이끌어주시길 기도합니다.

 
선생님의 80주기를 맞아 차가운 문학비 앞에 선 지금, 그 올곧은 정신과 빼어난 문재가 더욱 그립습니다. 이제는 하늘의 별이 돼 지켜보고 계시겠지요. 오늘 밤엔 하늘을 보면서 선생님의 별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인생이 무엇인지, 문학이 가야 할 지점은 어디인지, 감히 여쭤보고 싶습니다. 문학의 길을 가는 붉은 마음과 선생님을 기리는 마알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상히 여겨주신다면 부디 사랑으로 격려해주시길 앙망합니다. 존경하는 빙허 현진건 선생님! 끝으로 진심을 다해 두 손 모아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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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송일호 이사의 추념사는 울분에 가까웠다.

소설가 빙허 현진건 선생님(1900~1943)은 대구출신으로 소설가 겸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였다고 하며 손기정 선수의 유니폼에 그려진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한 일(일장기 말소 사건)로 기소되어 1년간 복역했으며, 일제 치하의 민족 수난적 운명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묘사를 지향한 리얼리즘의 선구자로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흑치상지' 등 20여편의 단편소설, 7편의 중장편소설, 그외 산문을 통틀어 56편의 작품을 남겼다고 했다. 대구 출신의 소설가로, 언론인으로, 독립운동가로 살다가신 현진건선생님이신데 <현진건문학관>이 없다시며 우리 후학들이 <현진건문학관건립>에 힘을 써야 한다고 송일호 소설가는 말했다.

 

빙허 현진건선생 서거 80주년 추념식은 주최:(사)현진건기념사업회, 주관:대구소설가협회, 후원:대구광역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매일신문, (주)경상도뉴스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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